나눔을 위해 목청을 높이는 트로트 가수 선경


“기부를 꼭 돈으로만 하나요? 마음으로 나눠요” 

나눔을 위해 목청을 높이는 

트로트 가수 선경

2007년, 경북 문경 출신의 젊은 사업가는 가수의 꿈을 안고 서울로 향했다. 그는 데뷔곡 ‘좋은날이 올꺼야'를 시작으로 우여곡절 끝에 ‘카사노바’로 전국을 흔들었고, 이제 선경이라는 이름의 12년 차 베테랑 트로트 가수로 우뚝 섰다. 왜 그는 본래의 직업을 바꿔가면서까지 가수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되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서 직업이라는 것은 언제나 돈을 벌기 위함을 담보로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가수라는 직업은 단순유명세나 돈을 위함이 아니다. 그것은 그의 오랫동안의 꿈이었던 ‘나누는 삶’을 위함이었다. 1억 6천여만 원. 이 금액은 바로 그가 5년간 ‘KBS 재능 나눔 봉사단’에서 노래로 기부한 재능을 돈이라는 값어치로 환산한 것이다. 그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고 말한다. 부드러운 외모와 목소리와는 달리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람, 가수 선경이 말하는 ‘나눔’이 궁금해졌다. 


현재 음악 활동과 함께 또 어떤 활동을 하고 계세요? 

네 가지 고정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MBC<테마기행 길>이라는 프로그램과 SBS <로그인코리아>라는 여행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춘천 KBS 라디오 방송에서 <금요일의 남자>를, 대구 TBC 라디오 방송에서는 <TBC 가요아카데미>라는 주말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또 문경시 홍보대사와 구리 농수산물 시장 홍보대사를 맡고 있습니다. 


대표곡은 ‘밥을 한번 살까’와 ‘하늘아 바람아’ 인가요?

사실 ‘밥을 한번 살까’와 ‘하늘아 바람아’로 활동 중이지만, 제가 생각하는 대표곡은 ‘카사노바’에요. 그 곡이 수록된 음반을 발표했을 때가 2014년 4월이었는데, 그다음 날 세월호 대참사가 일어났죠. 전 국민이 슬픔에 빠졌고, 한동안 전국의 노래 교실을 포함해 흥을 돋우는 곳은 모두 문을 닫다시피 했어요. 가수들도 빠른 비트의 음반을 아무도 내지 않았죠. 그렇게 한 6개월 정도가 흘렀고 다시 죽어있는 상권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전국에 있는 노래 교실의 강사 선생님들이 제 노래를 제일 먼저 가르치기 시작하는 거예요. 그동안 묶여 있었던 제 노래가 그제야 첫 스타트를 한 거죠. 그렇게 ‘카사노바’는 전국 노래 교실에서 중장년층의 사랑을 듬뿍 받는 애창곡으로 등극했죠. 


그렇다면 ‘카사노바’는 어떤 곡인가요? 곡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 주세요. 

‘카사노바’라는 작곡가인 친구가 작곡하고, 제가 작사를 했어요. 문경에서 상경하면서 서울에서 제가 겪은 일들을 가사로 썼죠.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마주친 아름다운 여성분께 말을 한번 걸어봤어요. 그런데 애가 있다고 하시더라고요. (웃음) 가사에는 ‘애인 있어요'라고 적었지만요. 그렇게 퇴짜를 맞고 돌아오니까 친구가 그 상황이 재미있다고 저를 비웃고 있었지만, 그래도 저는 ‘말을 한번 걸어봤잖아! 이게 멋쟁이, 진짜 카사노바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그 곡이 탄생했어요. 


‘카사노바’는 직접 참여했던 노래라 더 애정이 가요. 아쉬운 건 판권이나 음원권을 이 전의 소속사에서 다 가지고 있어서 지금은 제가 부를 수 없어요. 기회가 된다면 꼭 제 노래를 다시 가지고 오고 싶네요. 그리고 밥을 한번 살까’의 가사는 ‘어찌 사냐 친구들아 보고 싶구나! 바쁘게들 살아가고 있겠지. 사랑도 좋고 성공도 좋지만, 그 옛날의 너희들이 그립구나’ 이런 내용이에요. 그래서 지금보다는 한 10년 뒤에 뜰 것 같은 노래고, ‘하늘아바람아’는 나를 찾아 떠나는 내용의 가사인데 처음 녹음할 때부터 참 힐링이 많이 됐던 노래예요. 꼭 한번 들어보셨으면 좋겠어요. 


특이하게 가수이신데 2014년 제9회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과 같은 봉사에 관련된 수상 경력도 많으시네요. 

네. ‘KBS 재능 나눔 봉사단’이라는 단체와 함께 공연을 다녔어요. KBS 측에서 공연을 관람하기 힘든 분들을 찾아가서 무대를 마련하면 저는 무대 위에서 노래했어요. 그렇게 한 5년 정도 공연을 다니고 그 시간을 합쳐서 금액으로 환산하니까 1억 6천여만 원가량의 재능을 기부한 게 되더라고요. 이 공로를 인정받아서 2014년에 대한민국 사회공헌 대상과 이듬해에 대한민국 세종대왕 나눔봉사 대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5년간 꾸준히 재능기부를 한다는 참 게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어떻게 이런 나눔을 실천하실 생각을 하셨나요? 

제일 처음에 가수가 된 계기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부터였어요. 부모님 께서는 어릴 때부터 나눔에 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하셨어요. 복지에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이 되게 자극적이었죠. 그래서 어떻게 저도 그런 일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생각해낸 게 연예인이었어요. 연예인이 말하면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고 들으니까요. 만약 제가 직접 큰 나눔을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방송을 통해서 꾸준히 나눔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다보면 가진 사람들에게 그 뜻이 전달되고 또 다른 방식으로 나눔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예요. 

가수의 길에 접어드신 것이 나눔을 실천하고 싶어서였다니, 인생 철학 또한 남다르실 것 같아요. 

인생 철학이라기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아라비아 격언이 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은 사람은 구실을 찾고, 무엇인가 하고 싶은 사람은 방법을 찾는다”는 말이죠. 그 구절을 접했을 때 제가 평생 가져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맨날 핑계를 대는 사람은 그냥 하기가 싫은 사람이죠. 저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봉사도 단순히 할애, 헌신 이런 게 아니라, 조금 더 명확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을 찾고 있어요. 


그렇다면 선경 씨가 현재 실천하고 있는 나눔은 어떤 것인가요?

제가 홍보대사를 맡은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서는 ‘비타민을 드립니다’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에요. 아이스박스에 과일을 담아서 결손가정이나 과일이 필요한 보육원 등에 배달하면 그 아이들이 과일을 먹죠.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가 있다는 사실을 홍보대사인 제가 알려요. 


예를 들어, 제가 게스트로 출연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서 이런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니, 청취자들의 주변에 과일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으면 사연을 보내 달라고 알려요. 수많은 사연이 오고, 과일을 보내드리면 그분들은 그것을 또 그 아이들과 다시 나누죠. 이렇게 저는 언론을 매체를 통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서는 약속을 지키고 방송사는 배달을 하는 거죠. 이런 나눔에 대한 구체적인 시스템들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어요. 


가수로서 또 봉사에 있어서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먼저 가수로서 항상 노래를 소홀히 하지 않으려고 해요. 제 실력이 갈수록 높아져야 대중도 제 말에 더 신뢰할 테니까요. 그리고 곧 구리 농수산물 시장과 함께 구리를 기점으로 시작해서 주변의 보육원을 방문 할 계획이에요. 구리 농수산물 시장에서는 자리를 마련해 아이들에게 과일을 주고 저와 춤을 추는 후배들은 공연을 하는 거죠. 그리고 거기서 만나는 아이 중에 가수가 꿈이거나 춤에 관심이 있다면 언제든지 찾아오라고 할 거예요. 그래서 작은 녹음실과 안무실도 만들 생각이에요. 

보육원의 후원자들이 그 친구들이 하는 공연을 보러 올 수 있도록 자리도 마련해 주고요. 결과적으로 이런 일을 함께 도모한 구리 농수산물 시장의 이미지가 좋아지고, 저는 공연을 하고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어서 좋고, 그 아이들은 배울 수 있어 좋고요. 상부상조가 되겠죠? 또 무엇보다도 청소년들이 활력을 갖고 성장하는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계속 계획하고 있어요. 


앞으로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성공한 사람, 성공한 가수로 기억되고 싶어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성공은 ‘뱉은 말을 지키는 사람’이에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뱉은 말이 이뤄졌을 때 성공했다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예를 들어 “올해는 꼭 금연할 거야”라는 말을 하고 1년 동안 정말 금연을 하면, 사람들이 “너 정말로 담배 안 피웠어? 성공했네!"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2019년도에는 꼭 말과 행동이 같은 ‘성공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트로트에 대한 인식 조금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간혹 트로트라는 장르에 선입견이 있는 분들이 있어요. 트로트를 격이 낮거나 질 낮은 음악이라 생각하지 마시고 편안하지만, 만만하지는 않게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히 나도 언젠가는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라고 생각해주시고 하나의 음악 장르로서 마음의 문을 열고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