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에 핀 꽃은 어떤 색깔인가요?”
꽃, 공간에 향기를 더하다 공간 스타일링 플로리스트 최보경
특별한 순간에는 언제나 꽃이 있다. 평범한 하루도 꽃과 함께라면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한다.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품고 있다. 사람에게도 꽃처럼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더 플라워 편(The Flower Pyeon)의 플로리스트 최보경은 꽃을 이용한 공간 스타일링으로 공간에 그녀만의 향기를 불어넣는다. 향기로운 꽃마다 수많은 꽃말이 있듯, 꽃 같은 그녀의 말에도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향기로운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출처:본사취재)
먼저 현재 맡고 계신 플라워샵 ‘더 플라워 편’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시작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주세요.
‘더 플라워 편’이 있는 이 건물은 꽃집, 카페, 식당, 떡집이 모인 복합 공간이에요. 건물 계획 당시에 편이라는 건물 프로젝트에 꽃집이 입점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 당시 저는 서울을 오가며 계속 꽃을 배우고 있었고, 아이들도 다 커서 상황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었기에 흔쾌히 합류하게 됐어요. 그렇게 2016년 2월에 성서점을 시작으로, 작년 6월에 들안길에도 오픈하게 됐어요.
(출처:본사취재)
‘더 플라워 편’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맡고 계시나요?
이곳에서는 꽃과 식물을 판매하지만, 저는 주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클래스는 취미반부터 창업 반인 비지니스 코스, 파티 클래스까지 다양해요. 이 중에서 창업 반 클래스 같은 경우는 보통 젊은 분들이 꽃집 창업준비를 많이 하시는 편인데, 제가 늦게 창업을 한 케이스라 연령대가 높은 분들도 꽤 오세요. 또 기존에 꽃집을 하시고 계시는 분 중, 스타일의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도 이 클래스를 들으러 많이 오세요.
그 밖에도 꽃과 관련된 활동이 활발하신 거로 아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더 플라워 편’의 클래스 외에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강연하고 있지만, 주로 백화점이나 병원, 카페 같은 상업공간에 꽃을 소재로 한 공간 스타일링 작업을 해요.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백화점에서는 디스플레이나 시즌연출을 하고 있어요. 겨울 시즌에는 트리로 공간을 꾸미듯, 그 시즌에 맞는 컨셉과 소재로 공간 연출을 하는 거죠. 그 외에도 병원의 홍보행사 스타일링이나 카페의 식물 연출 스타일링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병원이나 백화점과 같은 딱딱한 상업공간에 조형물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리너리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추세죠. 공간에 그린 컬러가 하나 보이는 것만으로 리프레쉬가 되니까요. 그렇다 보니 이런 트렌드에 맞춘 공간연출을 할 수 있는 플로리스트가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요.
(출처:본사취재)
대구 현대 백화점에서는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백화점에서는 그냥 단순한 꽃집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함께 겸할 수 있는 연출 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팝업스토어를 열 때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보다는 공간연출 쪽을 원해서 꽃집의 개념보다는 스타일링, 연출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어요. 항상 다른컨셉을 보여줘야 하기에 들어갈 때마다 컨셉을 바꾸고 있죠. 곧 다시 열게 될 팝업스토어에는 프랑스의 아웃도어가드닝&퍼니처 브랜드인 ‘페르몹(fermob)’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 플렌트박스와같은 소품을 판매할 계획이에요.
공간 스타일링을 하는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 그 과정도 궁금해지네요. 꽃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기 시작하셨나요?
저는 원래 뭐든 배우는 걸 좋아했어요. 요리도 한식을 배우면 양식과 일식까지 한 번에 다 배워버렸고, 단순 포장에 관심을 가지면 리본 연출까지 배우게 되더라고요. 꽃을 처음 시작한 건 17년 전이었어요. 동양 꽃꽂이로 꽃을 처음 접했는데,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서 수업을 듣다가 멈췄다가 했죠. 그러다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꽃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을 오가면서 꽃을 배웠는데 공간연출까지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선생님이 가시는 곳마다 열정 하나로 따라가서 연출법을 배웠어요. 지방에는 아직 이렇게 전문적으로 공간 연출을 하는 플로리스트나 스타일링 업체가 잘 없으니까, 우연한 기회에 백화점 연출을 시작했는데 잘 진행되고 있네요. (웃음)
17년 전, 꽃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동양 꽃꽂이를 시작했지만, 원하는 꽃 스타일링에 대한 갈증은 더 큰 세상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프랑스의 까뜨린뮬러 Diploma, 영국의 폴라 프라이크 Dipoma, 로비허니 Dipoma, 쉐인 코놀리 Dipoma, 이탈리아의 에르꼴레 모로니Dipoma까지 총 5개의 유럽의 유명 플로리스트 양성 기관에서 수료과정을 거쳐, 플로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혔다. 하지만, 여전히 더 배우고 싶다는 플로리스트 최보경. 그녀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유럽 전역을 돌며 꽃을 배우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꽃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지네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업계에 뛰어들었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경험을 빨리 쌓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그리고 사실 제가 꽃을 배우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계속 상업적인 꽃만을 풀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꽃을 보고 계산을 하게 되죠. 그러면 사고의 틀에 갇혀버려요. 또 배움을 멈추면,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 멈춰버려요. 이 업계에서 최고는 없는 것 같아요. 나날이 새로운 소재가 나오고 트렌드도 계속 바뀌니까요. 저도 지금은 프렌치 스타일의 스타일링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이케바나'라는 일본식 꽃 스타일이 뜨고 있어요. 제 눈에는 아직 크게 예뻐 보이진 않지만, 그게 트렌드가 됐을 때 연출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꽃이나 식물 선택 기준 역시 남다르실 것 같은데, 자신만의 셀렉팅 기준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내 눈에 예뻐야 한다는 것이겠죠? (웃음) 하지만, 제가 주부이다 보니 눈에 예쁜 게 다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관리가 쉬워야해요. 아무리 특별하고 좋은 식물을 가져다 놔도 그 식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 자칫 짐이 될 수도 있거든요. 또 공기정화 기능 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죠? 어떤 식물이든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리트 있는 식물을 선택하려고 해요.
(출처:본사취재)
플로리스트로서 바라보는 식물과 꽃 트렌드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옛날에는 각이 딱 잡힌 동그란 부케형식의 꽃이 유행했다면, 요즘은 프렌치 스타일이라고들 하시는 네추럴한 형태의 꽃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정형화된 스타일보다는 꽃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선이나 색깔을 살리는 스타일링을 좋아해요. 유행이기도 하구요. 제가 꽃을 배운 곳도 유럽이기 때문에 주로 유러피안 스타일의 스타일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컬러는 파스텔 계열을 많이 사용하고, 꽃으로만 하는 스타일링보다는 꽃과 잘 어울리는 잎과같은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추세예요.
꽃다발과 꽃바구니 외에 조금 더 색다른 형태의 꽃 선물을 추천한다면?
여전히 꽃다발, 꽃바구니 이 딱 두 스타일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요즘 가장 유행하는 형태의 꽃 트렌드는 화기를 이용한 ‘센터피스(centerpiece)’가 아닐까 싶어요. 센터피스는 화기 안에 물을 공급하는 플로랄 폼, 소위 오아이스를 넣고 꽃을 꽂는 형태예요. 사실 큰 꽃바구니도 이 센터피스의 개념에 속하는 것이죠. 꽃바구니는 선물로 받았을 때는 그대로 방치되기가 쉽지만, 크기가 작은 센터피스는 테이블 위나 식탁 위에 올릴 수도 있어서 공간을 구성하기 굉장히 좋아요. 또 3일에 한 번 정도 물만 흠뻑 주면 길게는 10일 넘게 꽃을 감상할 수 있어요.
센터피스는 화기를 이용한 것이라 보통 꽃다발보다는 조금 더 가격대가 높을 것 같은데,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있나요?
사용되는 소재에 따라 가격은 다 다르지만, 꽃다발과 비슷한 편이에요. 저희는 고객님이 원하시는 가격대로 꽃을 맞춰서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제가 앞서 드린 질문처럼, 사실 ‘꽃은 비싸다’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꽃을 사러 오시는 분 중에 저 같은 인식을 가진 손님도 많을 것 같아요.
꽃집을 차리기 전까지는 저 역시 꽃을 사러 가면, ‘이게 5만 원이나 해?’ 이랬던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격 측면부터 편하게 맞춰드리려고 해요. 제일 먼저 생각하고 계신 가격대를 여쭤봐요. 그리고 스타일을 두 번째로 여쭤보죠. 저렴한 가격대에 풍성한 꽃을 원하신다면 이런 색감에 이 꽃을 더하면 어떻겠냐고 조합을 추천해드려요. 물론 특이한 꽃을 원하시면 그게 한두 송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송이 꽃만을 사 간다고 해서 그 마음이 덜 아름다운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제작한 엽서를 보시면, ‘당신의 마음에는 꽃을 피울 자리가 있나요?’라는 문구가 있어요. 저 말처럼 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클래스와 공간 스타일링 작업으로 바쁘실 텐데, 연출한 꽃을 직접 판매도 하시나요?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과 같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로드샵을 기준으로 꽃을 구매하러 오시는 고객 99%가 남성분들이세요. 이 중에서 한 달에 대략 여섯 분 정도는 ‘안개꽃에 장미’를 찾으세요. 이렇게 우리나라는 워낙 꽃은 무조건 안개꽃에 장미라는 인식이 강하고 여전히 찾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안개꽃을 매장에 갖다 놓지 않아요. 제가 안개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다른 예쁜 꽃들도 많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어서죠. 그래서 꽃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오시면, 제가 매장에 있을 때만큼은 직접 연출을 해드리기도 하고, 꽃 이름, 꽃 관리법, 꽃말까지 열심히 설명해드리기도 해요. 그러면 장미밖에 모르시던 분들도 꽃에 빠져서 단골이 되기도 하죠. (웃음)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꽃, 플로리스트는 하루하루가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로리스트로서 활동하며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지 이야기해주세요.
고객의 가장 기쁜 순간에 제 꽃이 함께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요. 한 일화를 들려드리자면, 한 남성분이 프러포즈 꽃을 사러 오셨어요. 그리고 그분의 아내가 되신 분이 이바지 음식과 함께 시댁에 보낼 꽃을 또 주문해주셨어요. 그 후, 그분들의 첫 아이가 태어나서 돌상을 차린다고 꽃장식을 맡아달라고 하셨죠. 이런 소식을 들을 때 정말 행복해요. 이렇게 특별한 날에는 꽃이 빠지지 않죠. 하지만, 평범한 하루도 꽃이 있다면 당신의 마음에도 꽃이 필 거예요. 꽃을 즐겨보세요.
더 플라워 편
대구 달서구 이곡동로 11 편빌딩 1층
대구 수성구 들안로 57 편빌딩 3층
취제 최찬희기자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당신의 마음에 핀 꽃은 어떤 색깔인가요?”
꽃, 공간에 향기를 더하다 공간 스타일링 플로리스트 최보경
특별한 순간에는 언제나 꽃이 있다. 평범한 하루도 꽃과 함께라면 특별한 날이 되기도 한다. 바라만 봐도 아름다운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품고 있다. 사람에게도 꽃처럼 저마다의 향기가 있다. ‘더 플라워 편(The Flower Pyeon)의 플로리스트 최보경은 꽃을 이용한 공간 스타일링으로 공간에 그녀만의 향기를 불어넣는다. 향기로운 꽃마다 수많은 꽃말이 있듯, 꽃 같은 그녀의 말에도 향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향기로운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출처:본사취재)
먼저 현재 맡고 계신 플라워샵 ‘더 플라워 편’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 시작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주세요.
‘더 플라워 편’이 있는 이 건물은 꽃집, 카페, 식당, 떡집이 모인 복합 공간이에요. 건물 계획 당시에 편이라는 건물 프로젝트에 꽃집이 입점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죠. 그 당시 저는 서울을 오가며 계속 꽃을 배우고 있었고, 아이들도 다 커서 상황적으로도 여유가 있었었기에 흔쾌히 합류하게 됐어요. 그렇게 2016년 2월에 성서점을 시작으로, 작년 6월에 들안길에도 오픈하게 됐어요.
(출처:본사취재)
‘더 플라워 편’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맡고 계시나요?
이곳에서는 꽃과 식물을 판매하지만, 저는 주로 클래스를 진행하고 있어요. 클래스는 취미반부터 창업 반인 비지니스 코스, 파티 클래스까지 다양해요. 이 중에서 창업 반 클래스 같은 경우는 보통 젊은 분들이 꽃집 창업준비를 많이 하시는 편인데, 제가 늦게 창업을 한 케이스라 연령대가 높은 분들도 꽤 오세요. 또 기존에 꽃집을 하시고 계시는 분 중, 스타일의 변화를 원하시는 분들도 이 클래스를 들으러 많이 오세요.
그 밖에도 꽃과 관련된 활동이 활발하신 거로 아는데, 주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더 플라워 편’의 클래스 외에도 백화점 문화센터에서도 강연하고 있지만, 주로 백화점이나 병원, 카페 같은 상업공간에 꽃을 소재로 한 공간 스타일링 작업을 해요. 조금 더 쉽게 설명하자면, 백화점에서는 디스플레이나 시즌연출을 하고 있어요. 겨울 시즌에는 트리로 공간을 꾸미듯, 그 시즌에 맞는 컨셉과 소재로 공간 연출을 하는 거죠. 그 외에도 병원의 홍보행사 스타일링이나 카페의 식물 연출 스타일링을 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병원이나 백화점과 같은 딱딱한 상업공간에 조형물이 많았다면, 요즘은 그리너리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 추세죠. 공간에 그린 컬러가 하나 보이는 것만으로 리프레쉬가 되니까요. 그렇다 보니 이런 트렌드에 맞춘 공간연출을 할 수 있는 플로리스트가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요.
(출처:본사취재)
대구 현대 백화점에서는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하신다고 들었어요.
네. 백화점에서는 그냥 단순한 꽃집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함께 겸할 수 있는 연출 업체를 선호하기 때문에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어요. 팝업스토어를 열 때마다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보다는 공간연출 쪽을 원해서 꽃집의 개념보다는 스타일링, 연출에 포커스를 많이 맞추고 있어요. 항상 다른컨셉을 보여줘야 하기에 들어갈 때마다 컨셉을 바꾸고 있죠. 곧 다시 열게 될 팝업스토어에는 프랑스의 아웃도어가드닝&퍼니처 브랜드인 ‘페르몹(fermob)’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해 플렌트박스와같은 소품을 판매할 계획이에요.
공간 스타일링을 하는 플로리스트가 되기까지 그 과정도 궁금해지네요. 꽃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갖기 시작하셨나요?
저는 원래 뭐든 배우는 걸 좋아했어요. 요리도 한식을 배우면 양식과 일식까지 한 번에 다 배워버렸고, 단순 포장에 관심을 가지면 리본 연출까지 배우게 되더라고요. 꽃을 처음 시작한 건 17년 전이었어요. 동양 꽃꽂이로 꽃을 처음 접했는데, 제 스타일과는 맞지 않아서 수업을 듣다가 멈췄다가 했죠. 그러다가 조금 더 전문적으로 꽃을 배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서울을 오가면서 꽃을 배웠는데 공간연출까지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그때부터 선생님이 가시는 곳마다 열정 하나로 따라가서 연출법을 배웠어요. 지방에는 아직 이렇게 전문적으로 공간 연출을 하는 플로리스트나 스타일링 업체가 잘 없으니까, 우연한 기회에 백화점 연출을 시작했는데 잘 진행되고 있네요. (웃음)
17년 전, 꽃에 대한 막연한 관심으로 동양 꽃꽂이를 시작했지만, 원하는 꽃 스타일링에 대한 갈증은 더 큰 세상으로 그녀를 이끌었다. 프랑스의 까뜨린뮬러 Diploma, 영국의 폴라 프라이크 Dipoma, 로비허니 Dipoma, 쉐인 코놀리 Dipoma, 이탈리아의 에르꼴레 모로니Dipoma까지 총 5개의 유럽의 유명 플로리스트 양성 기관에서 수료과정을 거쳐, 플로리스트로서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굳혔다. 하지만, 여전히 더 배우고 싶다는 플로리스트 최보경. 그녀의 열정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유럽 전역을 돌며 꽃을 배우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꽃에 대한 남다른 열정이 느껴지네요.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업계에 뛰어들었어요. 늦게 시작한 만큼 경험을 빨리 쌓고 싶은 욕심이 있었죠. 그리고 사실 제가 꽃을 배우는 시간은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계속 상업적인 꽃만을 풀어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꽃을 보고 계산을 하게 되죠. 그러면 사고의 틀에 갇혀버려요. 또 배움을 멈추면, ‘내가 최고'라는 생각에 멈춰버려요. 이 업계에서 최고는 없는 것 같아요. 나날이 새로운 소재가 나오고 트렌드도 계속 바뀌니까요. 저도 지금은 프렌치 스타일의 스타일링을 하고 있지만, 현재 ‘이케바나'라는 일본식 꽃 스타일이 뜨고 있어요. 제 눈에는 아직 크게 예뻐 보이진 않지만, 그게 트렌드가 됐을 때 연출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꽃이나 식물 선택 기준 역시 남다르실 것 같은데, 자신만의 셀렉팅 기준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내 눈에 예뻐야 한다는 것이겠죠? (웃음) 하지만, 제가 주부이다 보니 눈에 예쁜 게 다는 아니에요. 무엇보다 관리가 쉬워야해요. 아무리 특별하고 좋은 식물을 가져다 놔도 그 식물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면 자칫 짐이 될 수도 있거든요. 또 공기정화 기능 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죠? 어떤 식물이든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리트 있는 식물을 선택하려고 해요.
(출처:본사취재)
플로리스트로서 바라보는 식물과 꽃 트렌드는 어떤 변화가 있나요?
옛날에는 각이 딱 잡힌 동그란 부케형식의 꽃이 유행했다면, 요즘은 프렌치 스타일이라고들 하시는 네추럴한 형태의 꽃을 선호하는 분들이 많아요. 저도 정형화된 스타일보다는 꽃이 가지고 있는 본연의 선이나 색깔을 살리는 스타일링을 좋아해요. 유행이기도 하구요. 제가 꽃을 배운 곳도 유럽이기 때문에 주로 유러피안 스타일의 스타일링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컬러는 파스텔 계열을 많이 사용하고, 꽃으로만 하는 스타일링보다는 꽃과 잘 어울리는 잎과같은 소재를 함께 사용하는 추세예요.
꽃다발과 꽃바구니 외에 조금 더 색다른 형태의 꽃 선물을 추천한다면?
여전히 꽃다발, 꽃바구니 이 딱 두 스타일만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요즘 가장 유행하는 형태의 꽃 트렌드는 화기를 이용한 ‘센터피스(centerpiece)’가 아닐까 싶어요. 센터피스는 화기 안에 물을 공급하는 플로랄 폼, 소위 오아이스를 넣고 꽃을 꽂는 형태예요. 사실 큰 꽃바구니도 이 센터피스의 개념에 속하는 것이죠. 꽃바구니는 선물로 받았을 때는 그대로 방치되기가 쉽지만, 크기가 작은 센터피스는 테이블 위나 식탁 위에 올릴 수도 있어서 공간을 구성하기 굉장히 좋아요. 또 3일에 한 번 정도 물만 흠뻑 주면 길게는 10일 넘게 꽃을 감상할 수 있어요.
센터피스는 화기를 이용한 것이라 보통 꽃다발보다는 조금 더 가격대가 높을 것 같은데, 가격면에서 큰 차이가 있나요?
사용되는 소재에 따라 가격은 다 다르지만, 꽃다발과 비슷한 편이에요. 저희는 고객님이 원하시는 가격대로 꽃을 맞춰서 제작해드리고 있어요.
제가 앞서 드린 질문처럼, 사실 ‘꽃은 비싸다’라는 인식이 있잖아요. 꽃을 사러 오시는 분 중에 저 같은 인식을 가진 손님도 많을 것 같아요.
꽃집을 차리기 전까지는 저 역시 꽃을 사러 가면, ‘이게 5만 원이나 해?’ 이랬던 적이 많았어요. 그래서 가격 측면부터 편하게 맞춰드리려고 해요. 제일 먼저 생각하고 계신 가격대를 여쭤봐요. 그리고 스타일을 두 번째로 여쭤보죠. 저렴한 가격대에 풍성한 꽃을 원하신다면 이런 색감에 이 꽃을 더하면 어떻겠냐고 조합을 추천해드려요. 물론 특이한 꽃을 원하시면 그게 한두 송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단 한 송이 꽃만을 사 간다고 해서 그 마음이 덜 아름다운 게 아니잖아요. 저희가 제작한 엽서를 보시면, ‘당신의 마음에는 꽃을 피울 자리가 있나요?’라는 문구가 있어요. 저 말처럼 꽃을 즐길 수 있는 여유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클래스와 공간 스타일링 작업으로 바쁘실 텐데, 연출한 꽃을 직접 판매도 하시나요?
어버이날이나 스승의날과 같은 특별한 날을 제외하면, 로드샵을 기준으로 꽃을 구매하러 오시는 고객 99%가 남성분들이세요. 이 중에서 한 달에 대략 여섯 분 정도는 ‘안개꽃에 장미’를 찾으세요. 이렇게 우리나라는 워낙 꽃은 무조건 안개꽃에 장미라는 인식이 강하고 여전히 찾는 분들도 많지만, 저는 안개꽃을 매장에 갖다 놓지 않아요. 제가 안개꽃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다른 예쁜 꽃들도 많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어서죠. 그래서 꽃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이 오시면, 제가 매장에 있을 때만큼은 직접 연출을 해드리기도 하고, 꽃 이름, 꽃 관리법, 꽃말까지 열심히 설명해드리기도 해요. 그러면 장미밖에 모르시던 분들도 꽃에 빠져서 단골이 되기도 하죠. (웃음)
바라만 봐도 행복해지는 꽃, 플로리스트는 하루하루가 행복하실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로리스트로서 활동하며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지 이야기해주세요.
고객의 가장 기쁜 순간에 제 꽃이 함께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요. 한 일화를 들려드리자면, 한 남성분이 프러포즈 꽃을 사러 오셨어요. 그리고 그분의 아내가 되신 분이 이바지 음식과 함께 시댁에 보낼 꽃을 또 주문해주셨어요. 그 후, 그분들의 첫 아이가 태어나서 돌상을 차린다고 꽃장식을 맡아달라고 하셨죠. 이런 소식을 들을 때 정말 행복해요. 이렇게 특별한 날에는 꽃이 빠지지 않죠. 하지만, 평범한 하루도 꽃이 있다면 당신의 마음에도 꽃이 필 거예요. 꽃을 즐겨보세요.
더 플라워 편
대구 달서구 이곡동로 11 편빌딩 1층
대구 수성구 들안로 57 편빌딩 3층
취제 최찬희기자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