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그 아무리 붉은 꽃일지라도, 그 자태는 열흘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아름다운 꽃도 향기가 없다면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여기, 절정으로 만개한 순간의 향기를 간직한 채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권유미 작가의 ‘꽃이 있는 정물’은 정적인 물건과 향기 없는 꽃의 조합이 아니다. 그녀는 독창적이고 섬세한 그녀만의 방식으로 ‘꽃’과 ‘정물’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그녀가 그린 꽃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불어오는 꽃내음이 온몸에 스미는 기분이었다. 꽃길 위에서 권유미 작가를 만나보았다.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우리 일상에서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요. 우리는 축하 할 일이 있을 때 꽃을 전해주고,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도 꽃을 줘요. 이렇게 꽃은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생로병사와 함께하죠. 그런 생각을 한 후로 꽃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꽃은 많은 작가가 그려온 소재지만 예술의 근본은 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 꽃을 해석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꽃은 화병에 꽂힐 때가 가장 화려한 순간이자,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에요. 저는 그 최고의 순간을 저만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어요. 지난 5월에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뜻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어요.
꽃만큼이나 화병을 화려하게 표현하시네요.
네. 저는 자개나 금박 같은 화려한 오브제를 많이 사용해요. 제 그림 속에는 화병으로 쓰이는 항아리가 항상 꽃과 함께 있어요. 항아리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죠. 그 속 가득히 뭔가를 채워서 누군가에게 준다고 생각하니 항아리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항아리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표현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자개 농을 수리하는 가게를 지나가게 됐어요. 자개농들이 정말 예쁘게 반짝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그림에도 자개를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때부터 자개를 작품에 활용하고 있어요.
색과 질감이 독특한 작품이 많은데, 어떤 기법을 쓰시나요?
제 그림들은 화려한 색감을 많이 사용해서 얼핏 보면 화려해 보이기도 하고 서구적인 화풍의 그림 같지만, 형태의 입체감을 명암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자세히 보면 평면적인 느낌의 한국 민화 같기도 해요. 2000년대 초반부터 제 그림은 민화적 요소가 있는 편이었어요. 캔버스 위에 모델링 페이스트(Modeling Paste)라는 입체감을 주는 재료를 얇게 얹고, 마르기 전에 나이프로 스케치를 했어요. 그리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이나 유화 물감을 엷게 올리는 방식의 기법을 사용했죠. 선을 강하게 드러내서 형태를 취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제 그림의 특징이에요. 그렇게 2016년까지 쭉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입체감을 명암이 아닌 두께 감 있는 물감층으로 표현했어요. 조소의 부조 같은 느낌이랄까요? 지금도 여전히 캔버스 위에 물감을 켜켜이 쌓아 올려, 그림이 조명을 받으면 입체감이 자연스럽게 생기도록 표현하고 있어요.
올해 들어서 작품 스타일이 크게 변하셨다고 들었어요.
2017년에 들어서면서 제 생활과 마음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얼마 전, 10여 년 쓴 화실을 앞산 밑으로 옮겼어요. 돌이켜보니 이제껏 참 정신없이 많은 그림을 그렸어요. 저는 작가는 당연히 작업량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생겨 정신없이 그림만 그렸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가차 없이 폐기도 했죠. 그랬는데도 일 년 동안 그린 그림이 소품부터 100호까지 대략 100여 점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머리도 마음도 자꾸만 채우려고만 했던 것들을 비워내고 싶어졌어요.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움으로써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조금씩 비워 내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화풍이 바뀌고 있어요.
작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참 외롭고 고독한 과정이에요. 항상 혼자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행복하고, 완성된 작품이 제 마음에 꼭 드는 순간에 더 큰 행복감을 느껴요. 특히 전시했을 때 사람들이 진심으로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면 정말 힘이 나죠. 저뿐만 아니라 작가들한테는 그게 제일 큰 힘이고 보람이 아닐까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은?
올해부터는 ‘애틋하게’라는 명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요. 세상을 애틋하게 바라보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더라고요. 아직은 작품으로서나 심적으로나 무르익은 단계는 아니지만, 이런 마음이 점점 자리를 잡아갈 거라고 믿어요. 올 한 해 동안은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풍성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지금을 기점으로 제 그림도, 저 자신도 한층 더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제 인생이 앞으로도 늘 꽃같이 아름답다면 참 좋겠네요. (웃음)
영원의 향기를 품은 꽃 서양화가 권유미
현) 한국미협, 한유미술협회 회원
대구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정수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구시 미술대전,경북미술대전,개천미술대전,한유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대구시 문화예술분과위원 역임
글 손시현작가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있다. 그 아무리 붉은 꽃일지라도, 그 자태는 열흘을 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또한, 아름다운 꽃도 향기가 없다면 쉽게 잊히기 마련이다. 여기, 절정으로 만개한 순간의 향기를 간직한 채 영원히 시들지 않는 꽃이 있다. 권유미 작가의 ‘꽃이 있는 정물’은 정적인 물건과 향기 없는 꽃의 조합이 아니다. 그녀는 독창적이고 섬세한 그녀만의 방식으로 ‘꽃’과 ‘정물’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재해석한다. 그녀가 그린 꽃을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불어오는 꽃내음이 온몸에 스미는 기분이었다. 꽃길 위에서 권유미 작가를 만나보았다.
꽃을 소재로 한 작품이 많은데, 어떤 뜻을 담고 있나요?
우리 일상에서 꽃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요. 우리는 축하 할 일이 있을 때 꽃을 전해주고, 누군가 돌아가셨을 때도 꽃을 줘요. 이렇게 꽃은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생로병사와 함께하죠. 그런 생각을 한 후로 꽃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꽃은 많은 작가가 그려온 소재지만 예술의 근본은 창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방식으로 꽃을 해석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꽃은 화병에 꽂힐 때가 가장 화려한 순간이자, 사람들이 보고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순간이에요. 저는 그 최고의 순간을 저만의 방식으로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어요. 지난 5월에는 ‘인생의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이라는 뜻의 ‘화양연화(花樣年華)’라는 제목으로 전시를 열었어요.
꽃만큼이나 화병을 화려하게 표현하시네요.
네. 저는 자개나 금박 같은 화려한 오브제를 많이 사용해요. 제 그림 속에는 화병으로 쓰이는 항아리가 항상 꽃과 함께 있어요. 항아리는 무언가를 담을 수 있죠. 그 속 가득히 뭔가를 채워서 누군가에게 준다고 생각하니 항아리가 더 좋아지더라고요. 그러다가 ‘항아리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표현할 수 없을까?’ 생각하던 차에, 자개 농을 수리하는 가게를 지나가게 됐어요. 자개농들이 정말 예쁘게 반짝이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그림에도 자개를 한번 써보면 어떨까 싶어서 그때부터 자개를 작품에 활용하고 있어요.
색과 질감이 독특한 작품이 많은데, 어떤 기법을 쓰시나요?
제 그림들은 화려한 색감을 많이 사용해서 얼핏 보면 화려해 보이기도 하고 서구적인 화풍의 그림 같지만, 형태의 입체감을 명암으로 표현하지 않아서 자세히 보면 평면적인 느낌의 한국 민화 같기도 해요. 2000년대 초반부터 제 그림은 민화적 요소가 있는 편이었어요. 캔버스 위에 모델링 페이스트(Modeling Paste)라는 입체감을 주는 재료를 얇게 얹고, 마르기 전에 나이프로 스케치를 했어요. 그리고 그 위에 아크릴 물감이나 유화 물감을 엷게 올리는 방식의 기법을 사용했죠. 선을 강하게 드러내서 형태를 취하는 방식이에요. 그래서 입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게 제 그림의 특징이에요. 그렇게 2016년까지 쭉 저는 그림을 그릴 때 입체감을 명암이 아닌 두께 감 있는 물감층으로 표현했어요. 조소의 부조 같은 느낌이랄까요? 지금도 여전히 캔버스 위에 물감을 켜켜이 쌓아 올려, 그림이 조명을 받으면 입체감이 자연스럽게 생기도록 표현하고 있어요.
올해 들어서 작품 스타일이 크게 변하셨다고 들었어요.
2017년에 들어서면서 제 생활과 마음에 큰 변화가 있었어요. 얼마 전, 10여 년 쓴 화실을 앞산 밑으로 옮겼어요. 돌이켜보니 이제껏 참 정신없이 많은 그림을 그렸어요. 저는 작가는 당연히 작업량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림에 대한 욕심이 생겨 정신없이 그림만 그렸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그림은 가차 없이 폐기도 했죠. 그랬는데도 일 년 동안 그린 그림이 소품부터 100호까지 대략 100여 점 정도는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올해부터는 머리도 마음도 자꾸만 채우려고만 했던 것들을 비워내고 싶어졌어요.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비움으로써 행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거든요. 조금씩 비워 내자는 마음으로 작업을 하다 보니 화풍이 바뀌고 있어요.
작가로서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그림을 그린다는 건 참 외롭고 고독한 과정이에요. 항상 혼자니까요. 그래도 저는 그림을 그릴 때가 제일 행복하고, 완성된 작품이 제 마음에 꼭 드는 순간에 더 큰 행복감을 느껴요. 특히 전시했을 때 사람들이 진심으로 제 작품을 좋아해 주시면 정말 힘이 나죠. 저뿐만 아니라 작가들한테는 그게 제일 큰 힘이고 보람이 아닐까 싶네요.
앞으로의 계획과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으신 말씀은?
올해부터는 ‘애틋하게’라는 명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어요. 세상을 애틋하게 바라보니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더라고요. 아직은 작품으로서나 심적으로나 무르익은 단계는 아니지만, 이런 마음이 점점 자리를 잡아갈 거라고 믿어요. 올 한 해 동안은 모든 것을 다 가진듯한 풍성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그림을 그렸던 것 같아요. 지금을 기점으로 제 그림도, 저 자신도 한층 더 성숙해지길 바랍니다. 제 인생이 앞으로도 늘 꽃같이 아름답다면 참 좋겠네요. (웃음)
영원의 향기를 품은 꽃 서양화가 권유미
현) 한국미협, 한유미술협회 회원
대구시 미술대전 초대작가, 정수 미술대전 초대작가
대구시 미술대전,경북미술대전,개천미술대전,한유미술대전
심사위원역임
대구시 문화예술분과위원 역임
글 손시현작가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