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심리 이야기 아빠는딸


영화의 줄거리는?

공부, 공부, 공부하라는 잔소리를 입에 달고 사는 만년 과장 아빠. 세상 다 싫지만, 선배만은 엄청 좋은 여고생 딸. 딸이 꿈꾸던 첫 데이트가 현실이 되던 찰나, 아빠가 절실한 승진의 기회를 잡나 싶던 그때 두 사람의 몸이 바뀌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개봉일 : 2017-04-12 / 출연 : 윤제문, 정소민, 이일화, 신구



아빠와 딸의 갈등

“난 커서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는 대사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하지만 아빠와 사춘기 딸은 완전 사이가 멀어져 있습니다. 출근과 등교를 같이 하면서도 각자 다른 길을 걷고, 지하철역에 도착해서는 서로 다른 라인에서 지하철을 기다립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만년 과장 아빠는 생존경쟁 속에서 치열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실적이 우선시 되는 전투장 같은 사업체, 그리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존에 더 집착하게 됩니다. 그래서 아빠가 딸을 바라보면서 공부 공부하게 됩니다. 자기처럼 살지 말라고, 좀 더 편안한 삶을 살라고 자기도 모르게 잔소리가 늘어난 것이지요. 반면, 딸은 아빠를 피합니다. 말하기도 싫어하고, 같이 걷지도 않지요. “네가 회사에서 아빠가 어떻게 사는 줄 아니?” 라고 묻는 아빠에게 “그냥 공부만 하라고? 아빠가 한 번 해봐. 그게 가능한지? 아빠가 내 인생 한번 살아보라고 ” 라며 매섭게 쏘아댑니다. 다른 입장에 있는 두 사람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투기만 하지요.


이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나?

어느 날 심하게 다투고 함께 차를 타고 가던 두 사람은 교통사고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병원에서 잠이 깨지요. 어떻게 되었을까요? 두 사람의 몸이 바뀌었습니다. 아빠는 딸이 되고, 딸은 아빠가 되었습니다. 병원에서 나와 아빠 친구인, 정신과 의사를 찾아가서 서로 몸이 바뀐 사실을 확인시키려 합니다. 친구 의사는 그저 비웃기만 하고, 그냥 내보내지요. 누가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 아빠의 영혼이 몸에 들어간 딸은 태도와 성격이 완전히 바뀝니다. 거친 말투, 팔자걸음, 쩍 벌린 앉은 자세, 짧은 교복 치마가 불편하자 바지로 갈아입는가 하면, 고교 밴드 오디션에 참가해 통기타를 메고 강산에의 ‘삐딱하게’를 걸쭉하게 부릅니다.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 아빠는 사춘기 딸의 고민을 피부를 느끼며 ‘공부만큼 쉬운 게 없다’며 딸을 닦달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반면, 정글 같은 무한 경쟁, 직장생활을 처음 경험한 딸은 책임감이라는 말의 무게와 그 무게에 짓눌려 살았을 아빠를 이해하게 되고, 결국 아빠를 생각하며 눈물을 쏟습니다.



어떻게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을까?

공감은 그 사람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생겨납니다. 영어로 ‘Stand in someone’s shoes”라고 하지요.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어보게 되면 신발 주인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공감한다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영화에서처럼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보지 않으면 공감하기가 쉽지 않지요. 다른 사람과 갈등이 생길 때, 그 사람의 처지와 입장을 자꾸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내 주장만을 하게 되면 상대방과 반목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사람의 마음과 생각이 보입니다. 많은 경우 나 자신과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세계적인 윌리엄 유리는 ‘혼자 이기지 마라’ 저서에서 사람과 싸우지 말고 문제와 싸우라고 조언합니다. 소통할 때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가르치려 하면 안 됩니다. 대신, 존중하고 이해하고 잘 들어줍니다. 그리고 공통의 문제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문제 해결책을 찾으라는 것이지요. 아빠가 된 딸이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가방 꼴이 이게 뭐야...” 버스 창에 비친 아빠의 모습을 보면서, 아빠가 된 딸은 “아빠 얼굴이 왜 이렇게 늙었어?” 라고 독백합니다. 서로의 처지가 되어보니 서로의 입장과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입니다. 영화는 아빠와 딸 사이에서 일어난 갈등과 회복의 과정을 통해 가족 간의 따뜻한 사랑과 소통을 말하고 있습니다.


글 윤성민 박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