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소중해지는 보석 같은 공간들 뉴욕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최고의 서점

갈수록 소중해지는 보석 같은 공간들 뉴욕이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최고의 서점


뉴욕엔 본래 서점이 많았다. 미국에서 가장 큰 도시에 걸맞는 반즈 앤 노블이나 보더스 같은 대형 서점 체인 외에도 문화와 예술의 도시답게 특색 있는 전문 서점이 각 지역에 즐비했었다. 서점의 전성기였던 60년대 그리니치 빌리지의 경우엔 좁은 몇 블럭을 따라 10여 곳의 서점이 밀집되어 있어서 ‘서점 거리’로 불리기도 했다. 물론 이제 사정은 많이 달라졌다.

아마존이 등장하고 스마트 폰이 대중화되자 골목 작은 서점은 물론 대형 서점마저 없어지는 추세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하고 있다. 수십 년간 사랑을 받아 오던 유서 깊은 서점이 사라질 때마다 주민들의 아쉬움은 무척이나 깊었다. 그런데도 뉴욕의 위상에 맞게 책과 서점을 사랑하는 독자가 적지 않게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을 위한 서점이 여전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무척이나 다행스러운 일이다. 꼭 책을 사지 않더라도, 문을 열고 들어가 책 내음과 분위기만 음미해도 힐링이 될 것 같은 뉴욕 시내의 매력 넘치는 서점들을 소개한다.




* 리졸리 서점(Rizzoli)
1964년 오픈했다. 각종 주제의 책을 다루지만, 특히 일러스트레이션 서적이 전문이고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건축, 아트 등을 다룬다. 리졸리 서점은 책과 함께 서점의 분위기를 찾는 이들에게 “아마도 뉴욕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평가를 받기도 한다. 넓은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외관에서부터 마치 갤러리를 찾는 느낌을 주는 서점이며, 특히 야간에 환하게 불을 밝혀 놓은 내부를 들여다보면 저절로 안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주는 곳이다. 50년 가까이 57가 미드타운에 있다가 최근 힙스터 지역으로 떠오른 노매드(NoMad)로 이전했다.

주소: 113
3 Broadway(between 25th and 26th Street)



* 쓰리 라이브 앤 컴퍼니(Three Live & Company)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 중 하나. 거기서 일하는 모든 사람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책을 잘 알고 있고, 잘 읽고, 영혼이 가득하다. 당신이 서점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직원들은 자신들이 최근에 읽은 것을 말해주는 데 마치 당신이 결코 들어 본 적이 없는 것을 듣는 것 같을 것이다.

물론 흥미롭고 멋진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나는 우울하고 낙담한 기분이 들 때 이곳을 찾는다. 그러면 나는 항상 젊어진 나를 느낀다.” 1999년 픽션 부분 퓰리처 상을 받은 마이클 커닝행의 극찬만으로 설명이 충분하다. 서점의 마을이었던 그리니치 빌리지 주민들에게 ‘동네의 보석’이라며 사랑을 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으며 마이클 커닝햄의 찬사가 과장되지 않을 정도로 직원들의 전문성과 친절함이 정평이 나 있다.

주소: 154 West 10th Street



* 스푼빌 슈가타운 북 샵(Spoonbill & Sugartown Bookshop)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 1999년 문을 열었다. 신간 및 중고 예술, 건축, 디자인 서적이 주종을 이루고 희귀본도 다수 갖추었다. 우연히 윌리엄스버그를 여행하다가 이 서점을 발견한 블로거들은 “보석같은 장소를 발견했다.”, “서점에 들어가는 순간 서점과 사랑에 빠질 줄 몰랐다”라며 기대하지 않았던 서점의 분위기에 환성을 지른다. 서점의 웹사이트 역시 필연적인 사랑을 그린 로맨틱 영화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연상시키는 “여러분의 마음과 눈이 열려 있다면 어떤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는 ‘bookshop serendipity’ 현상을 경험할 것!” 이라고 자신 있게 홍보하고 있다.

주소: 218 Bedford Ave, Brooklyn, NY 11249

* 하우징 웍스 북스토어(Housing Works Book Store)
책보다는 오히려 소호 한복판이라는 공간적 특징 그리고 맛있다고 정평이 난 커피숍으로 더 유명한 서점이다. 여행객들의 서점 기행 블로거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면서 한국인 여행객들이 소호를 구경하다가 반드시 들리는 명소로 알려졌다. 2층으로 이루어진 넓은 공간 역시 상쾌하고 편안하게 서점을 둘러 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곳은 다른 서점과 달리 모든 물건을 기부를 받아 운영하고 있으며, 일하는 스텝들 또한 자원봉사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가격도 한층 저렴하다. 판매되는 모든 수익은 하우징 웍스라는 공공기관의 예산으로 쓰인다.

주소: 126 Crosby St.



* 블루 스타킹(Bluestockings)
공동 소유, 자원봉사자 위주로 운영되는 특이한 형태의 이스트 빌리지서점이다. 책 종류는 페미니즘, 동성애 관련 주제가 많은데, 실제로 매니저로 불리는 직원들은 한눈에 봐도 동성애자 스타일이 많고 트랜스젠더 직원도 눈에 띈다. 한마디로 이스트 빌리지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6천여 권의 서점 외에 잡지 및 만화 포스터, 엽서 등이 있고 지역 커뮤니티 소식을 접할 수 있는 안내 및 팜플렛도 갖추고 있다. 이 서점은 커뮤니티 활동에 특히 역점을 두고 있는 거의 매일 저녁 워크숍, 세미나, 영화 상영회 등도 열리기 때문에 미리 홈페이지에서 확인하고 관심이 생긴다면 참여해봐도 좋을것이다.

주소: 172 Allen Street, New York.

* 아고시 북 스토어(Argosy Book Store)
1925년 설립, 3대째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서점이다. 예술 부분의 희귀 고서점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렉싱턴과 파크 애비뉴 58가 사이에 있는 5층 건물 전체를 사용하고 있다. 워낙 수십층이 넘는 주변의 고층 건물들 사이에 있고, 장기간 주변의 공사로 인해 스캐폴더로 가려져 있어 무심코 지나치는 행인들에겐 발견하기 어려운 서점이었다.

꽤 큰 규모를 자랑한다. 1층과 메자닌 레벨에 고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서적들이 많지만, 지하엔 더 큰 규모의 서가가 마치 오래된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안내원이 직접 운행하는 아주 작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2, 3층에 올라가면 희귀한 지도와 고서적들을 더 볼 수 있다. 한편, 손때가 잔뜩 묻은 옛 서적과 비싼 희귀 서적만 판매하는 곳은 아니고 10달러 미만의 엽서와 그림, 책 등 기념품으로 사 가도 그만인 아이템들이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주소: 116 E 59 St.



* 프린티드 매터(Printed Matter)
지난 9월 마지막 주 퀸스 롱아일랜드 도시의 뉴욕현대미술관(MOMA)PS 1 에서는 ‘뉴욕 아트 북 페어’가 열렸다. 전 세계 30개국을 포함해 미 전역의 아트 전문 독립 출판업체가 부스를 여는 책의 축제 현장으로 올해 12회를 맞는다. 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곳이 비영리단체인 프린티트 매터이며 사무실을 겸한 직영 서점이 첼시에 있다. 프린티드 매터의 맥스 슈만 디렉터는 “전국의 작가들과 독립 서점을 연결해 출판물의 유통과 홍보, 페어 개최 등을 수행하는 역할 하고 있고 이 서점은 우리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쇼룸”이라고 공간을 설명한다. 원래 첼시에 더 작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으나 2012년 허리케인 샌디 피해로 9000여 권이 책을 소실한 뒤 11 애비뉴에 좀 외진 곳, 하지만 훨씬넓은 곳으로 이전했다.

주소: 231 11th Ave.



이외에도 들러볼 만한 서점들로 드라마 북 샵(Drama Book Shop. 250 W40 St.) 은 올해로 오픈 100주년을 맞는 유서 깊은 서점이고 이름대로 드라마, 극본 등의 전문 서점이 많다. 맥날리 잭슨 (McNally Jackson. 52 Prince St.)은 아이들을 위한 코너와 서점 내 카페가 독특한 매력이 있다.

퀘스트 서점 (Quest Book shop. 240 E53 St.)은 종교와 심리학, 점성술, 타로, 요가, 풍수, 헬스, 불교 등을 다루는 서적들과 함께 관련 기프트 상품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 서점의 구석 공간을 마련해 요가와 타이치, 명상 수업을 주민들 대상으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그래피 북샵은 북북(BookBook. 266 Bleeker St ) 으로 이름을 바꾸어 인근 그리니치 빌리지에 다시 오픈했다.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