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교동,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다

대구 교동

오래된 미래를 발견하다

얼마 전부터 교동 일대의 거리는 대구에서 가장 힙한 곳이 되었다. 소위 힙스터들의 성지가 된 것이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고층 건물의 그늘에 가려진 구 도심었던 곳이 어떻게 2017년 대구의 최고 ‘핫플레이스'가 되었을까?


(사진 출처 = 문화장 제공)


변화는 단지 몇 해 전부터 시작되었다. 출입문이 자판기로 된 피맥 전문점, 요새 같은 철문 뒤 이국적인 인테리어의 중국집, 폐건물을 전시 공간으로 활용한 갤러리 카페 등 개성 있는 가게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우리는 현재 눈에 보이는 곳, 쉽게 발길이 닿던 곳만 찾던 예전과 달리, 새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매일매일 더 핫한 곳을 찾아 헤메는 SNS 인증 족들은 마침내 이 거리에 상륙했고, 이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에는 ‘교동’ 관련 게시물만 5만 개가 넘을 정도다.


(사진 출처 = 본사취재)


대구의 거리, 일상 속 예술로 리디자인 

리디자인(re-design)이란 제품의 기능, 재료, 또는 형태적 변경의 필요에 따라 기존의 디자인을 새롭게 바꾸는 것으로, 재생(regeneration)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서도 리디자인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축물도 예외는 아니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대림창고’는 정미소를 개조하며 만든 갤러리 카페다. 경기도 화성의 ‘소다 미술관'은 버려진 찜질방 건물이 미술관이 된 것이다. 이처럼 오래되거나 버려진 공간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더하면 전혀 새로운 용도로 활용된다. 이렇게 재생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공간이 최근 문화와 함께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런 공간들은 다양한 예술적, 창조적 작업물이 전시되며, 거리의 문화를 융합시켜 새로운 방식으로 일상 속 예술을 실천하고 있다.


대구에도 역시 이런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이 생기고 있다. 40년 된 여관 건물을 개조한 카페 문화장은 글 문(文), 그림 화(畵), 꾸밀 장(裝)이라는 의미의 이름으로, 각 분야의 청년 문화전문가 다섯 명이 모여 만든 복합 문화공간이다. 교동 일대에 있는 이곳은 1층은 카페, 2층은 목욕탕의 골조가 그대로 남아있으며, 이곳에서는 작품을 감상하며 음료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공연도 진행된다. 3층은 아틀리에 카페로 10개로 나누어진 공간에 다양한 작가들의 특색있는 작품을 전시한다. 눈으로만 작품을 감상하는 여타 갤러리 카페와 달리, 이곳은 전문 큐레이터가 1:1로 작품을 설명해준다.

(사진 출처 = 본사취재)


다시 돌아온 교동의 황금기 

이러한 특색있는 가게들이 모두 ‘교동’에 위치한 것은 아니지만, 교동 근방으로 하나둘 모여든 특색있는 가게들이 이목을 끌고, 그 근방 가장 발달한 상권인 ‘교동시장’이 수십 년 만에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된 것이다. 여전히 구제품, 귀금속, 전자제품으로 유명한 교동시장. 이곳의 최고 황금기는 아날로그 시대인 1980년대였다. 그 후, 안타깝게도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온라인 시장을 따라가지 못해, 이전만큼의 명성은 되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새로운 상권이 전에 없던 밤 문화를 만들어 냈고, 이들의 적극적인 SNS 마케팅이 이 구역의 새로운 유동 인구를 만든 것이다. 그렇게 유입된 젊은 층이 자신의 SNS를 활용해 교동을 알리게 되자, 시너지 효과를 불러온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교동시장 활성화 상인협회 공정갑 회장은 “교동시장을 새로이 알리는 계기가 되어 매우 좋다"라며, “앞으로 기존 상권과 새로운 상권이 더욱 상생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또한, 교동의 상인들도 이제는 제4의 물결에 발맞춰 온라인을 마케팅을 적극 활용해 점차 예전의 명성을 되찾고 있다.

그러나 오직 젊은 층의 노력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교동의 원주민들도 지역 활성화를 위해 숨은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지난 3월부터는 도시재생 ‘교동 활성화 포럼’이 꾸준히 개최되고 있었으며, 이 포럼의 목표는 재개발식 도시재생에서 벗어나 주민들이 주도하는 '미래형 도시재생'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관 주도로 오래된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 건물로 도시를 재정비하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교동 활성화 포럼은 지역 주민·교동시장 상인회·문화 예술인·관련 전문가 등 5분야 전문가가 모여 지난 3월 처음 문을 열었다. 4월에는 중구청과 중구 도시재생지원센터가 합류했다. 주민과 상인들이 도시재생에 관해 공부하고 의견을 내면, 중구청과 도시재생지원센터는 이를 실제 교동 시장 활성화 계획에 반영하며, 포럼은 매달 꾸준히 개최되고 있다.

(사진 출처 = 본사취재)


이에 더해 교동시장 상인회는 협동조합 설립을 계획 중인데, 그중에서도 버스킹과 이벤트 등을 개최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카페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 눈에 띈다. 교동 거리에 젊은 층이 대거 유입되고 있지만, 여전히 낡은 이미지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기존 상인들은 새롭게 부상하는 상권과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새로운 도시문화를 형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문화가 있는 거리’라는 그들의 슬로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존의 도심지를 어떻게 활성화하느냐는 현대 도심의 가장 큰 화두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동은 꽤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교동은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묘한 매력이 있는 곳으로, 중장년층 에게는 향수를, 청년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독보적 분위기를 지닌 거리가 되어가고 있다. 새로 도시를 개발하는 것 보다 도시인들의 삶을 담아 가면서 도시의 다양성을 살릴 수 있는 도시재생은 요즘 시대의 가장 이상적 활성화 전략인 만큼, 오래된 것으로부터 지혜를 얻고 있는 교동의 미래를 더욱 기대해 본다.


글 손시현 / 정리 에스카사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