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헬스 키친 레스토랑의 거리 뉴욕의 길

파리에 버금 가는

일류 레스토랑 거리를 꿈꿨던 야심찬 기획

뉴욕 헬스 키친 레스토랑의 거리 (Restaurant Row) 뉴욕의 길


매일 300,000명 이상의 보행자가 타임스퀘어(Times Square) 중심부를 지나간다고 한다. 특히 오후 7시부터 1시 사이에는 66,000명 이상의 보행자가 이곳을 스쳐 간다. 뉴욕을 찾은 대부분 관광객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감상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타임스퀘어를 찾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이 있듯이, 과연 그 많은 숫자의 인파는 어디서 한 끼를 해결할까? 만일 뮤지컬이라도 관람하게 된다면 대부분 근처에서 저녁 식사를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번잡한 타임스퀘어에서 적당한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타임스퀘어 근처 식당이라고는 TGI 프라이데이, 애플 비 등 프랜차이즈 패밀리 레스토랑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들뜬 관광객의 마음이야 맥주 한 잔을 곁들인 저녁이라면 어떤 식당인들 그럭저럭 먹을 만하겠지만 솔직히 프랜차이즈 식당이란 멋과 풍미를 느낄 수 있는 메뉴와 분위기를 갖고 있지 않다. 타임스퀘어 바로 인근에 ‘레스토랑의 길(Restaurant Row)’이 있다는 걸 안다면 뉴욕에서 보내는 저녁 시간 분위기는 한결 달라질 것이다.



‘레스토랑의 길(Restaurant Row)’은 미드타운 웨스트 헬스 키친에 30여 개의 식당이 몰려있는, 8 애비뉴와 9 애비뉴 사이 46 스트릿의 별칭이다. 1973년 16개 식당을 중심으로 인위적으로 조성된 거리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식당 전문가’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당시 뉴욕시장인 존 린지는 “파리를 제외하고 세계 어디 지역에 한 블럭이라는 짧은 거리에 최고 수준의 레스토랑 16개를 모을 수가 있겠는가”라고 대담하게 천명하기도 했다.

현재 세계 각국의 음식점 30여 개가 성업 중이지만 애초의 담대한 목표를 충실히 이루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타임스퀘어 중심의 대형 체인점들과 인근 컬럼버스 서클의 미셸린 스타 고급 레스토랑들의 틈바구니에서 어정쩡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다.



‘레스토랑의 길(Restaurant Row)’이라는 이름은 이처럼 공식적으로 1973에 붙여졌지만 실제로 46가는 20세기 초반부터 이미 레스토랑이 들어서기 시작한 거리였다. 현재도 운영되고 있는 터줏대감격인 바베타(Barbetta)는 1906년 오픈한 씨어터 디스트릭트(Theater District)의 가장 오래된 식당이다.



뉴욕타임스는 46 스트릿이 타운하우스 건물로 이어진 분위기 있는 풍경과 함께 타임스퀘어와 가까운 지리적 잇점, 그리고 모든 건물의 1층을 상업용으로 허락한 시의 조닝 혜택에 힘입어 최고의 레스토랑 거리 조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인근이 타임스퀘어라는 건 양날의 검이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타임스퀘어가 매춘과 마약의 대명사로 불리며 치안이 불안한 시절에 손님들은 이 지역에서 늦은 저녁 식사를 꺼렸다. 뉴욕 경찰의 능력을 불신한 업주들이 가디언 엔젤이라는 사설 경비 단체에 치안을 맡겼던 시절이 있었다.



90년대 이후 타임스퀘어의 치안과 환경이 급격히 향상되었지만, 레스토랑으로는 또 다른 경쟁을 하게 되었다. 지역적으로 타임스퀘어의 중심인 브로드웨이와 7 애비뉴에서 다소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올리브 가든, 부바 검프 (Bubba Gump Shrimp) 등 중급 패밀리 레스토랑에게 관광객 손님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최근엔 8애비뉴와 9 애비뉴에 바이크 레인이 생기면서 통행이 불편해진 것도 영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부분이다. 최근 이 지역의 상인연합체인 타임스퀘어 얼라이언스(Times Square Alliance) 는 관광객들에게 더 레스토랑 거리를 잘 알릴 수 있도록 15만 달러의 예산으로 각종 사인과 태양광 라이트를 거리 양쪽에 설치하고 ‘세계인이 식사하러 오는 곳(Where the World Comes to Dine)’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벽면 장식을 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곳에 퓨전 한식당 곳간(Goggan)이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 사이에서 당당히 높은 평가를 받으며 영업을 했지만 최근 문을 닫았다는 사실이다.


사진 George Jung
에스카사 편집부